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은 어떤책들이 있을까? 라고 내게 질문을 해보았다.
선뜻 기억에 남는 책이 없었다.
왜일까? 나름 많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
자기계발서, 소설, 수필, 당시에 유행하던 책, ...
내 자아에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 아닌, 읽기 쉬운 책을 읽고 있었던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많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발견한 사실, 세계명작을 읽어보지 않았던 나.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가 노원평생학습관에 가서 찾은 책, 바로 톨스토이의 '부활'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글을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서, 톨스토이를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네흘류도프라는 귀족청년이 배심원으로 출정하게 된 법원에서 어린시절 사랑했던 한 여인이 자신의 유린으로 일반적인 여인의 삶의 경로를 벗어나 매춘부의 길을 가게되고, 살인절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시작한다. 이후 자신의 죄를 깨닫고 부패하고 무능한 법관 및 제정 러시아의 법 체계에 대항하여, 사랑했던 여인이 무죄를 선고받도록 하기위해 자기가 가진 것들을 포기하며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영혼의 부활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정 러시아 시대에 극도로 삶이 궁핍했던 대다수 농민들과 화려한 소수의 귀족생활의 대비를 통해 러시아 혁명의 시대적 배경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제정 러시아 사회의 저울'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공감되었고, 당대 사회의 모습이 탁월하게 표현되었다.
'부활'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아래에 가져왔다. 비유법이 탁월하여 쉽게 이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아주 흔한 믿음 중 하나는 사람은 저마다 자기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선인이나 악인, 영리한자, 어리석은 자, 활동적인 자, 무기력한 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 저 사람은 나쁠 때보다 착할 때가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영리할때가 많다든가, 무기력할 때보다 활동적일 때가 많다는 식으로, 또는 그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선량하다든가 영리하다든가 또 어떤 사람은 악인이라든가 바보라는 식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나 사람을 그런 식으로 구분하려 한다. 이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사람은 흐르는 강과 같은 것이다. 어떤 강이든 물이 흐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느 강은 좁고 물살이 세며, 어느 강은 넓고 천천히 흐른다. 맑고 차가운 곳도 있고 탁하고 미지근한 곳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저마다 인간으로서 모든 성질의 싹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때로는 그것을 나타내고 때로는 이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것이 그 사람일까 하고 의심받는 일도 있지만, 그러나 본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가운데는 이 변화가 특히 심한 사람도 있다. 이 변화는 육체적인 이유로도, 정신적인 이유로도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