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2022. 9. 6. 16:55

어떤 분야를 새로 공부하다 보면 처음에는 기술에 집착하게 됩니다. 요리라면 재료를 써는 법, 그림이라면 붓을 잡는 법 같은 것이겠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보면 이런 것들은 지엽적인 것이고 결국은 내가 무엇을 만들고, 그리고 싶은지를 파악하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핵심이고 본질이라는 것을.

데이터도 마찬가지 입니다. 초기에는 개별 기술에 집착하게 되고, R, 파이썬, SQL 등을 다룬 책들을 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수련을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문제를 정의해나가야 할지는 참으로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르쳐 주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관점이라는 것은 '암묵지'의 영역이기 때문인데, 내가 알고 있으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체화된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는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며, 목적을 가질 때 빛난다. 
데이터는 속담으로 비유하면 구슬인데, 일단 구슬의 종류와 양은 많을수록 좋고, 그 구슬들을 담을 수 있는 자루와 공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엔 꿰어야 보내가 된다. 구슬을 꿴 보배의 모양은 기업마다 또는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목걸이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팔찌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착용할 사람, 시기, 장소가 모두 다르다. 구슬을 잘 꿸 수 있는 장인도 필요하다. 사람마다 디자인 감각과 세공 기술은 천차만별이다. 아무나 쉽게 만질 수 있는 구슬이 있는가 하면, 장인만이 손댈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데이터 자체가 많으면 끝인 양, 그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장비를 사면 끝인 양, 그 데이터를 다룰 사람이 누구라도 상관없는 양, 무조건 '왜 보배를 만들지 못하느냐'라고 채근하는 기업이 많다. 

 

데이터의 목적은 무엇일까?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다.
1. 데이터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 그럼 돈을 벌 수 있는 데이터를 가져와. 이 말은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와 같이 구체적이지도 않고 선명하게 와 닿지도 않는다. 그럼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2. 데이터의 목적은 소비자가 언제 돈을 쓰는지 아는 것이다. 그래? 그럼 소비자가 돈을 쓰게 만드는 데이터를 가져와. 아까보다는 낫지만 구체적이지 않은 요청이다. 소비자가 돈을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여는 환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 언제 돈을 쓰고 싶어하고, 쓰고 싶어하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 결국 소비자의 필요와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3. 데이터의 목적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의 데이터 변수, 결과만으로 소비자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우리는 소비자에 대해 아주 파편화된 부분밖에 알 수 없다. 기업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는 소비자의 아주 작은 부분들을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 단서를 데이터의 목적에 맞게 재배치하고 분석하면, 조금이나마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족도 식성이나 취향이 다른데, 수천만명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궁금해 하고 소비자의 필요를 채워줄 노력을 한다면, 소비자가 그 기업을 알아볼 확률이 높아진다.

 

소비자는 언제 돈을 쓸까?

어떤 제품을 알고 (지식), 좋아하게 되면 (태도),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한다 (행동).

만물은 수다. (피타고라스)

액티브 데이터 (사람이 따로 기록할 필요 없이 기계가 스스로 기록), 패시브 데이터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이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소비자가 말한 것을 그대로 수집하는 것과는 포인트가 약간 다르다. '결제의 편의성' 같은 것을 예로 들어보자. 다른 기업에서 결제를 편리하게 했더니 고객이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때 우리 매장 담당자에게 '결제 시간을 좀 줄여보세요' 같은 말은 '착하게 살자'처럼 원론적인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소비자가 결제할 때 본인 확인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소비자 동의하에 특정 카드만 보여주면/차량번호만 인식하면/휴대전화 번호만 알려주면, 본인 확인이 가능하게 바꾸면 어떨까요?와 같이 실행 가능한 단위의 프로젝트로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인 아이디어, 측정 가능한 단위, 논리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뒤에야 이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나 비용, 발생 가능한 다른 문제점을 논의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POS와 연결된 단말기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개인의 멤버쉽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멤버쉽으로 로그인한 개인이 모바일로 결제를 하고 실물 도서만 매장에서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쉬운 결제는 빠른 구매로 이어진다. 멤버쉽과 O2O (Online to Offline)을 연결한 성공적인 사례로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가 있다. 사이렌 오더 앱으로 주문 및 결제를 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가져갈 수 있다. 과거엔 온라인 조직과 오프라인 조직이 달라, 소비자의 편의가 아니라 조직의 성과를 구분하는 것이 우선시되었다. 그러나 이젠 소비자의 편에서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결과적으로 기업에 더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공급자 마인드에서 소비자 마인드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중심에 멤버쉽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소비자의 마음과 행동을 잘 이해하고 서비스에 녹여내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사랑받게 될 것이다. 

매출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영수증 단위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폭된다. 판매한 매장, 판매한 제품, 판매한 연월일시, 구매한 사 람까지 연결할 수 있는 단위는 영수증뿐이다. 그 이상으로 집계된 단위는 그냥 집계 데이터로 존재하게 되며 추정을 위한 단서로만 사용될 수 있다. 

 

소비자의 마음은 영수증 한 장에 들어 있다. 영수증 안의 데이터만 분석해도 기업은 소비자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이 내부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매출 실적의 기본이 되는 지불 가격, 연월일시와 같은 시계열 정보외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을 것이다. 잘나가다가 갑자기 매출이 꺾였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 성장하기에 바빠 기본적인 내부 데이터 분석을 게을리하면 소비자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발견하지 못한다. 

영수증은 소비자와 기업의 시공간이 만나는 순간을 담아낸 집합체다. 영수증엔 육하원칙 중 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왜'는 기업이 통찰력으로 발견하는 원리다. 소비자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면 다음에도 비슷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분석한다는 것은 왜 소비자가 이 제품을 사거나 사지 않는지 알기 위해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는 것과도 비슷하다. 

 

연말 연시에 매출이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말연시니까 ... 라고 답하는 것은 1차원적인 답변이다.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닫았는지 알아야 다음에 준비할 수 있다. 데이터는 논리적인 사고를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될 것이고, 얖으로의 기획을 만들어주는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다. 시각 정보와 위치 정보, 우리회사의 판매시각과 매장위치를 연결할 수 있고, 이렇게 회사 내부 데이터와 날씨의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전처리 데이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들어오기 전에 소비자 설문조사, '초고속 인터넷이 생긴다면, 집에 설치할 용의가 있습니까?' 설치하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소비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것이 좋고 싫은지 판단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면에 있는 소비자의 행동 원리를 읽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UX가 중요한 이유다. 

 

이곳에서의 나와 저곳에서의 나는 다르다. 소비자가 어느 곳에 있는지는 소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관광지에서는 일상과 완전히 다른 하루를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느껴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와 제주도 관광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나는 같은 사람일까? 물리적으로는 같은 사람이지만, 생각하는 방식과 구매하는 제품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Posted by 조이트리
마케팅2022. 9. 2. 18:03

나는 전략적인가? 전략과 전술의 차이를 아는가?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역사 속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에서 패하면 터전이 초토화되고, 국가는 식민지가 되고, 모든 부를 다른 국가에 빼앗기게 되고, 심지어는 생사여탈권을 빼앗기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를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사고가 뛰어난 사람, 실행이 뛰어난 사람, 체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내 영웅이 되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고안해 승리를 거뒀는데, 이 전략과 전술은 오늘날 기업은 물론 개인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때문에 현명한 리더들은 위기가 닥쳐오거나 쇄신이 필요할 때가 되면 전쟁사를 통해 지혜를 구하는데, 이는 세상의 모든 뛰어난 전략이 다름아닌 전쟁속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 이순신, 아이젠하워 등 명장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4~50대에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는 것이다. 카이사르는 부와 권력을 얻은 뒤 41세의 나이에 갈리아 정복에 새롭게 도전했으며, 아이젠하워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시킨 것은 54세때였다. 이들이 불혹을 넘긴 나이에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충실한 이론에 더해 수많은 실전을 통해 이론들을 직접 체득해 4~50대에서야 겨우 실력을 발휘할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전략1. 먼저 생각을 바꿔라

동기와 능력을 지닌 장수들이 곳곳에서 창의적인 기지와 능력을 발휘하고, 병사들의 신뢰를 얻었다. 고려시대 별무반, 신분제를 파괴하고 능력 본위로 등용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여진정벌의 교훈, 잘못된 지형정보 앞에서는 어떤 군대와 전술도 통하지 않는다는 준엄한 교훈을 준다. 경영을 할 때도 정확한 시장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스페인의 무적함대

스페인의 펠리페 2세, 육군을 영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하다. 스페인의 해군으로는 영국 해군을 이길 수 없었기에 육군을 영국에 상륙시켜 전쟁을 하기로 결정하다. 영국은 상륙한 침공군에게는 승리한 적이 없다. 스페인의 무적함대, 이 명칭은 영국인들이 붙인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아르마다 (신의 축복을 받은 함대)였다. 노로 추진하는 군선을 갤리선,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먼 바다로 나가야 하는 돛으로 항해하는 갈레온선이 등장한다. 갈레온선에서 가장 앞서간 나라가 영국이었다. 대포까지 발달하면서, 갈레온선이 거리를 두고 포격전을 벌이는 완전히 새로운 해양 전술이 태동했다. 따뜻하고 잔잔한 지중해를 끼고 있는 스페인은 갤리선에 대한 미련을 오랫동안 버리지 못했다. 스페인이 갤리선을 버리고 갈레온선을 주축으로 편성한 최초의 함대가 아르마다 였다. 최초는 미숙하다는 의미도 된다. 갈레온선의 운용술은 돛을 얼마나 교묘하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는데, 큰 범선은 돛을 조정하는 밧줄만 100개가 넘었고, 이 조종술의 차이는 엄청난 격차를 유발했다. 전쟁사에는 거시적 구조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과제에만 집착하거나, 부대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후방 지원체제가 소홀해서 전투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거시와 경영에 몰입해서 전투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도전정신과 치밀함, 준비, 엄정한 분석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7년 전쟁
프리드리히 2세, 독일인은 최고의 군인이었지만 외국의 용병으로만 투입되고 있었는데 독일이 유렵의 강국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한 사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독일의 용틀임을 방치할 리 없었다. 1756년 유럽의 모든 강국이 프로이센을 향해 덤벼들었다. 세상의 모든 행동, 모든 원리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물의 본질이 가진 진짜 의미를 아는 것이 인문학적 통찰의 진정한 시작이다. "폐하처럼 훌륭한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쟁사를 공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론 보다는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우리 부대에 전투를 60회나 치른 노새가 두 마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노새다." 로이텐 전투에서 기존 전쟁의 관습을 깨고, 오스트리아를 궤멸시키다. 

 

전략2. 변화를 이룰 때까지 계속 도전하라

기득권을 없애고 변혁을 이루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스팍테리아 전투"

 

십자군 전쟁, 전쟁은 끝나도 경쟁은 결코 끝이 없다.
이스라엘군의 신병들은 훈련 마지막 날 마사다에 올라 "마사다는 다시는 함락되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치는 행사 진행.
크라크 데 슈발리에, 십자군의 성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완전하게 남아있는 성
영국의 카빌라 성

 

진포해전,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가 바꿀 세상을 보라.

작은 발명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단, 모든 발명과 변화는 부작용이 있고, 나쁜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중국, 연단술사. 황고 초석. 이런 것들을 혼합해서 가열하다가 화약 제조법을 발견한 듯하다. 화약을 무기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0세기경 송나라 때부터였다. 실제 발명한 시기는 3,4세기로 보는데 약 600년 이상 이 대단한 무기를 놀이용으로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화약무기가 본격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원나라 때였고, 이때 고려에 소개되었다. 고려군은 1273년, 삼별초를 공격할 때 원나라가 화기를 사용했다. 1380년 나세 장군과 최무선은 진포에 상륙한 왜선 300척을 화기를 이용해 불태운다. 진포해전을 통해 최무선은 화기의 가치를 증명했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때 조선은 100척의 전함으로 맞붙었다. 이후 조선의 군략가들은 전문 무사계층과 돌격대를 문관과 선비로 전환하고, 전쟁터에서는 화포에 그 역할을 맡기는 과감한 군제 개혁을 단행했다. 그의 성공담은 한 사람의 도전과 노력이 조직은 물론이고 세상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귀중한 사례가 되었다. 

 

나폴레옹 전쟁,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전쟁 중 보급이 중요한데, 2차 세계대전 당시 통조림이 큰 역할을 했다. 통조림 발명의 최대 공로자는 나폴레옹이다. 
전쟁과 경영에서 개혁을 강조하는 이유는 개혁이 깨달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새로운 전술을 고안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전장에서 써먹으려면 최소한 1년은 꼬박 전술을 실험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하지만 당장 전쟁 중에 그런 여유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남북 전쟁이 끝난 뒤에 벌어진 보불전쟁에서는 병사들을 산개시키는 전술이 시험된 적이 있는데, 밀집상태에서는 죽음의 함정으로 꿋꿋하게 걸어가던 병사들이 대형을 해체하자 밭두렁에 머리를 박고 꼼짝하지 않았다. 머리를 들고 나가면 즉결처분을 당하는 것보다 전사할 확률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밀집대형에서 산개대형으로의 전환은 깨달음이나 훈련만으로 안되었던 것이다. 군대의 구조, 전쟁의 목적, 사회의 운영 방식 전체가 바뀌어야 했다. 눈에 보이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는 동의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Posted by 조이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