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베트남 시장의 발전 요인에 대해 추가적인 내용을 정리한다.
왜 베트남 시장인가, 유영국 (참조)
둘째, 사회체제의 안정성이다. 베트남은 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 빅 4와 12명의 정치국 위원이 국가를 이끌고, 어느 한 사람이 권력을 갖는 독재체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권력을 갖고 국가의 주요 결정을 내리는 집단체제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국가가 진행하는 사업이 연속성이 있고 어느 한 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하루아침에 국가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 중앙집권체제 통제 아래 강한 군대와 경찰이 사회 전체를 유지하고 있어 매우 안정적이고, 이로 인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매우 안전한 편에 속한다.
셋째,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공산당이 집권하는 유일당 사회주의 국가체제이지만 중국 정부보다 개방적이고 자유스러우며 유연한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교와 불교가 합쳐진 토착신앙과 불교는 물론이고 가톨릭, 개신교부터 힌두교와 무슬림까지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 하지만, 베트남 전체 인구의 70%가 딱히 종교가 없고 조상신, 전통적 토착신앙을 믿고 있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구복신앙이라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 강하다.
넷째, 여성이 강한 걸 크러시의 나라이다. 베트남에는 여성 영웅들이 참 많다. 1세기 중국 후한을 상대로 민중 봉기를 일으킨 ‘쯩 짝’, 쯩 나’ 자매. 후한과 전쟁하던 당시 36명의 여성 장군, 궁수 스나이퍼 여성 부대가 별도로 있었다. 베트남 주요 도로 중에 하이바 쯩 이라는 도로명이 많다. 쯩 자매를 기리리 위해 조성된 도로이며 음력 2월 8일에는 그녀들의 용기를 칭송하며 넋을 기린다. 베트남에서는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게 재산 상속 권한이 있고, 집안에 남자가 없으면 여성이 제사를 지낼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실제로 일을 잘한다. 여성 리더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라다.
다섯째, 트렌드에 민감한 IT 강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고, 와이파이 천국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력은 단순 통계상의 숫자로는 절대 파악할 수 없다. 집에 금고를 갖고 있고, 금과 달러는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베트남의 통계자료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국가 경제 규모는 실제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 이용자 숫자가 5,500만명가량 되고, 베트남 군부가 운영하는 통신사 Viettel은 전 세계 10여개국에 진출, 1억 7,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15대 통신 그룹이다. 베트남이 IT 강국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사례는 국민 메신저 잘로 Zalo이다. 2012년 12월 런칭해서 현재 8,000만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Zalo를 사용하고 있고, 베트남 친구들과 교류하는데 사용하는데 인터페이스나 이모티콘이 귀엽고, 좋은 사용자 경험을 준다. 국내 주재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은, 한국 본사에서 교육하러 와서 보면 베트남 직원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이 많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발전한 일본, 한국, 중국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베트남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생동감이 넘치는 나라이다.
여섯째, 대기만성형 성장 모델이다. 중국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 마음 먹은 대로 안 된다’, ‘만만디 중국 시장 성질 급한 한국 기업 속앓이’ 등의 보도가 많았다. 지난 10년간 황금알을 낳던 중국 시장도 처음에는 더디게 성장하다가 내부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되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점점 형성되어가면서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도 그 과정을 겪고 있고 이제 곧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은 대기만성형 경제 발전이다. 태국법인 직원들에게 태국의 제2도시가 어디인가? 파타야? 치앙마이? 인구 11만의 파타야, 인구 30만의 치앙마이가 태국의 2번째 도시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초라하다. 하지만, 베트남은 분산된 시장을 갖고 있다. 호치민과 하노이간의 거리는 1,614 km, 비행에 2시간 소요된다. 호치민 1,300만, 하노이 850만, 직할시인 하이퐁 200만, 다낭 130만, 껀터 150만으로 도시가 분산되어 있다. 북부와 남부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북부는 겨울을 포함한 4계절이 있고 남부와 달리 산이 많고 쌀농사는 2모작을 한다. 중국 대륙과 붙어 있어 과거로부터 노략질을 당했고 1년에 태풍 같은 자연재해도 많기 때문에 항상 절약하고 아끼는 습관이 일상화 되어 있다.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래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시행해왔기 때문에 남부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고 경직되어 있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 반면 남부는 건기와 우기 딱 2계절로 나뉘며 태풍은 없고, 쌀농사는 일반적으로 3모작, 일부 지역은 4모작까지 가능하다. 지천에 널린 것이 과일과 먹을거리이다. 특히 메콩강 유역은 물 반 고기 반으로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바다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다양한 외래문물이 많이 들어왔고 동남아 특유의 낙천성까지 갖추고 있어 행동이 북부 대비 느리다. 추운 겨울 걱정도, 식량 걱정도, 자연재해 걱정도 없는 축복받은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낙천적인 것이 당연하다. 또한 프랑스로부터 독립 이후 미군정하에 있었기 때문에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익숙하다. 1975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1986년 도이머이 개방화 정책이 시행될 때까지 11년간만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있었던 사람들이라 상대적으로 소비 욕구도 강하고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한국으로 치면 하노이는 평양, 호치민은 서울이다.
하노이에서 1시간 떨어진 박닌성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유치하며 삼성전기, 삼성SDI등 계열사와 협력업체까지 30만명 이상을 고용 창출하는 거대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었다. 호치민에는 삼성전자 가전 공장을 만들어내며 북부와 남부 균형 투자를 하고 있다. 베트남 GDP의 20% 이상을 삼성전자가 만들어 낸다. LG는 북부 하이퐁에 LG그룹 산업단지 정비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및 협력업체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언론에서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철수한다는 등의 기사와 유투버들의 부정적인 내용들이 나오지만 삼성전자는 ‘22년 6월 호치민 가전복합단지에 1조 8,000억 이상의 추가 투자를 단행했고, 하노이에 동남아시아 최대 연구개발센터를 짓고 있는 것에 비추어 사실 무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