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라는 말을 종종 듣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이 고려시대 때 불교, 조선시대 때 유교를 기본으로 했던 것과 같이 베트남도 같은 시대에 불교, 유교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장유유서, 그리고 조상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 등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런데, 베트남에 살면서 한국인과 베트남 사람이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
해외 기업에 근무할 때 가장 불편하고, 참석하고 싶지 않았던 자리가 네트워킹 파티, 즉 스탠딩 파티다.
조그만 원형 테이블위에 핑거푸드가 놓여있고, 와인, 샴페인, 맥주 등을 손에 들고 걸어다니면서 인사하고, 스몰토크를 즐기도록 만들어 놓은 네트워킹 파티. 익숙해져 보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익숙해지지 않았던, 식은땀이 나곤 했다.
2~30분 지나서 주변을 돌아보면, 한쪽에 뻘쭘하게 모여서 술마시던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직원들을 보면서 같이 한 잔 하다가 빠르게 나오면서, 동료들과 소주 한 잔 마시러 이동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한국에서 고객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행사는 대부분 호텔, 또는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자리를 옮겨가면서 마시기는 하지만, 여전히 스탠딩은 선호하지 않는다.
베트남에 와서 놀라는 것은, 네트워킹 파티를 핑거푸드를 놓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Gaming Mixer 2024 파티에 초대되어 참석을 했다. Blanc de Blancs, 라는 프랑스 식당인데 분명히 내가 어색해하는
스탠딩 파티다.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게임 관련된 기업 임원들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했기에 내키지 않아도 갔다.
100여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서 스탠딩 파티를 하는데, 너무 자연스러웠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베트남과의 친근함 때문일까? 미국에서 진행하던 것에 비해, 여기서는 나도 자연스러웠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나올 때 보니 3시간을 함께 있었더군. 영어에 대해서도, 잘하든 못하든, 본인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고 말하는 당당함이 참 좋아보였다. 한국과의 차이는, 한국인은 내 머릿속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입을 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 사람들은 그런 것 따지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 같다.
회사 구성원 중에 생일이 있으면, 생일 이벤트를 해준다. 케익에 초를 꽂고, 꼬깔모자 씌우고, 전 구성원들이 모두 일어나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고, 조그만 바우처를 선물로 주고, CEO와 같이 사진찍고, 동료들과 같이 사진찍는 그런 간단한 이벤트다. 반응도 좋고, 서베이 해보면, 생일 이벤트 너무 좋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 직원의 생일날, 방에 들어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벤트 안하고, 선물만 따로 받으면 안되냐고. 당연히 된다고 했다.
물론, 개인 차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국 직원도 본인 생일에 이벤트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과 베트남 사람간에 이런 차이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